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제목

-박선희 시인의

작성자
곽태영
작성일
2018.03.11
첨부파일0
추천수
0
조회수
6674
내용
그는 마침내 숨을 거두었다
살아 생전 가장 소중한 생명이었기에 그는
어둠 속에서 꺼진 그 불길의 향방을 지켜보았다
-이제 세상에는 엄청난 변화가 올 거다 틀림없이
그러나 이튿날도 그 이튿날도
해는 여전히 동쪽에서 뜨고 서쪽으로 지고
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
그리고 형제들한테서도 그는
사흘만에 잊혀져 버렸다
죽음보다 허망한
이 차가운 기류를 타고
휴지로 날리는 부고 한 장
-이형기 시인의 詩
우리들 대부분은...
내가 죽으면,
내가 이 세상에서 사라지면,
엄청한 변화가 올 거라는 생각을 가지고
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릅니다.
그러나,
나 한 목숨, 당신의 한 목숨...사라진다고 해도,
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입니다.
죽은 자는 아무 말이 없습니다.
형제들한테조차도 사흘만에 잊혀지는
죽음,
이튿날도, 그 이튿날도
해는 여전히 동쪽에서 뜨고
서쪽으로 지고...
무더운 여름 가고, 쓸쓸한 가을이 당연하듯이
찾아올 것입니다.
죽음보다 허망한 차가운 기류를 타고
휴지처럼 날아다닐
부고 한 장,
어제는, 어떤 한 분이
구치소에서 자살했다는 뉴스를 들었습니다.
죽음을 생각하는 순간까지,
얼마나...많은 갈등과 고뇌와 고통을 겪을까요?
그 분의 온 우주가 뒤흔들렸을 것입니다.
하늘이 몇 번이나, 무너졌다가, 꺼졌다가
온 천지가 화염에 휩싸였다가, 얼음이 얼었다가...
그러나,
우리들의 그 시간은...
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습니다.
삶 가운데...죽음이 존재한다는 것을,
살아있음이 얼마나 큰 축복인가를,
살아있음이 얼마나 아름다운 역사인가를,
....언제나 기억하며,
오늘도...삶을 삶답게..살아가는
아름다운 당신이 되시길...
-박선희 시인의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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